한국 비자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보다 "한국에서 무슨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로 먼저 갈립니다. 방문·상담·계약 같은 단기 목적이면 90일 이하의 단기체류 자격이, 유학·연수·투자·주재·결혼처럼 오래 머무는 목적이면 90일을 넘는 장기체류 자격이 기준이 됩니다.

비자 이름을 먼저 정하고 활동을 맞추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활동과 기간을 먼저 적어 보시고 그에 해당하는 체류자격을 찾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비자를 고르기 전에 먼저 적어 볼 세 가지

비자(사증)는 상대국 정부가 입국을 허가해 주는 일종의 허가증입니다. 한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유효한 비자가 있어야 하고, 비자에는 사증번호, 체류자격, 체류기간, 단수·복수 구분, 유효기간 등이 적힙니다. 이 가운데 선택 단계에서 실제로 영향을 주는 것은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입니다.

체류자격을 고를 때는 아래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해 두시면 후보가 빠르게 좁혀집니다.

정리할 항목구체적으로 적을 내용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
체류목적관광, 방문, 학업, 사업, 투자, 가족 결합 등 한국에 가는 이유어느 계열의 체류자격을 살펴볼지 정해집니다.
실제 활동한국에서 하게 될 일. 보수나 수입이 생기는지, 어느 기관·업체와 연결되는지체류자격마다 허용되는 활동 범위가 달라, 같은 목적처럼 보여도 자격이 갈립니다.
체류기간90일 이하인지, 90일을 넘는지, 장기 거주를 염두에 두는지단기체류와 장기체류, 영주 자격 중 어느 구간인지가 정해집니다.

90일 이하와 90일 초과는 무엇이 다를까요?

한국의 체류자격은 크게 단기체류, 장기체류, 영주로 나뉩니다. 관광이나 방문이 목적이고 90일 이하로 머문다면 단기체류에 해당합니다. 유학, 연수, 투자, 주재, 결혼 등으로 90일을 넘겨 머문다면 장기체류 자격이 필요합니다. 영주자격은 활동 범위와 기간에 제한이 없는 자격입니다.

기간 때문에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다녀올 계획이었다가 일정이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단기방문(C-3) 자격은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은 원래의 활동 목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기간만 늘리는 절차입니다. 처음부터 90일을 넘길 가능성이 분명하다면 단기 자격으로 입국하기 전에 장기 자격 대상인지 먼저 따져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방문·상담·계약 목적이면 단기방문 자격에 해당할까요?

단기방문(C-3) 대상 활동에는 시장조사, 업무연락, 견학, 상담, 계약, 수출입 기계 등의 설치·보수·검수·운용요령 습득이 포함됩니다. 이 범위 안에서 90일 이하로 머무는 경우가 대표적인 단기 업무 방문입니다.

여기서 애매해지는 부분은 같은 업무 출장처럼 보여도 활동 내용이 목록 밖으로 나가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을 체결하러 가는 것과 계약 이후 한국 현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서로 다른 활동입니다. 앞의 것은 위 목록에 가깝고, 뒤의 것은 별도의 취업 또는 파견 성격의 체류자격을 따져야 할 수 있습니다. 체류기간이 90일 이하라는 사실만으로는 단기방문 자격이 맞다고 볼 수 없고, 활동 내용이 목록에 들어가는지가 함께 맞아야 합니다.

비자 없이 입국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까요?

한국은 국제관례와 상호주의, 국가이익 등을 고려해 무비자 입국 대상 국가를 따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무비자 입국 대상은 크게 세 부류입니다.

  •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의 업무를 수행하는 외교·공무 인원
  • 30일 이내의 관광 또는 통과 목적 방문자(법무부장관이 달리 정할 수 있음)
  •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입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90일 범위)

무비자는 비자 발급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뜻이지, 어떤 활동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비자 입국자의 체류자격 변경과 연장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제한적인 예외만 인정됩니다. 무비자로 들어와서 한국에 계속 머물 방법을 찾는 계획은 처음부터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장기 체류가 목적이라면 입국 전에 해당 체류자격의 비자를 받는 쪽이 일반적인 경로입니다.

입국한 뒤 활동이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현재 체류자격과 다른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려면 미리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변경허가는 사전에 신청하는 절차이며 하이코리아 전자민원 또는 관할 출입국·외국인관서 방문으로 신청합니다.

현재 자격을 유지한 채 다른 활동을 함께 하려는 경우에는 변경이 아니라 체류자격외활동허가가 문제 됩니다. 대표적인 예는 유학생(D-2)이 학업을 계속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선교사(D-6)가 종교활동을 유지하면서 강의를 하는 경우입니다. 허가는 다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두 절차는 아래처럼 구분됩니다.

구분체류자격 변경허가체류자격외활동허가
상황현재 자격과 다른 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려는 경우현재 자격을 유지하면서 다른 활동을 병행하려는 경우
결과체류자격 자체가 바뀝니다.기존 자격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신청 시기활동을 하기 전에 신청병행 활동을 하기 전에 신청

병행 활동이 허가되지 않는 경우는 어떤 때일까요?

체류자격외활동허가는 무엇이든 병행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병행하려는 활동이 전일 근무 같은 주된 활동이면 허가되지 않습니다. 원래 직장보다 근무시간이 길거나 보수가 많은 경우,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녀 체류 상태가 건실하지 못한 경우도 제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또 90일 이하 단기사증 소지자는 체류자격외활동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입국 후에 상황이 바뀌어 일하게 되었다고 해도 단기 자격에서 곧바로 병행 허가를 받는 방식은 열려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관광이나 단기방문으로 들어온 뒤 일할 기회가 생겼다면, 입국 전에 어떤 자격으로 들어와야 했는지부터 따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자에 적힌 기간은 서로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비자에는 단수·복수 구분과 유효기간이 적히고, 체류기간은 별도로 정해집니다. 단수비자는 1회 입국만 가능하고 유효기간이 3개월입니다. 복수비자는 2회 이상 입국할 수 있으며, 외교·공무·협정 자격은 3년 이내, 방문취업 자격은 5년 이내 등 자격별로 한도가 다릅니다.

이 기간들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비자의 유효기간은 그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기간이고, 체류기간은 입국한 뒤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입니다. 비자를 받은 뒤 입국 시기를 언제로 잡을지, 복수 입국이 필요한 일정인지는 체류자격이 정해진 다음 단계에서 비자의 종류와 함께 살펴볼 항목입니다.

자격 이름이 같아 보여도 결과가 갈리는 지점

비자를 단순히 목적 이름으로 매칭하면 놓치기 쉬운 지점이 세 군데 있습니다. 첫째는 활동의 중심이 무엇이냐입니다. 학업이 중심인 유학생의 아르바이트는 병행 허가를 논할 수 있지만, 전일 근무가 중심이 되면 허가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둘째는 기간입니다. 같은 업무 방문이라도 90일 이하의 상담·계약이면 단기 자격, 장기 파견이나 상주 근무라면 다른 계열을 봐야 합니다. 셋째는 입국 경로입니다. 무비자나 단기 자격으로 입국하면 이후 변경과 병행 활동의 문이 좁아지므로, 입국 시점의 선택이 이후 선택지를 좌우합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활동 내용이 바뀌면 기간 기준이 달라지고, 기간 기준이 달라지면 입국 경로와 필요한 비자가 달라집니다. 자신의 계획을 활동, 기간, 입국 경로 순서로 다시 적어 보시면 어느 단계에서 기준이 어긋나는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