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면허만으로는 E-5 전문직업 비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E-5는 외국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그 전문업무를 실제로 할 수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체류자격이기 때문입니다.

외국 변호사나 외국 의사처럼 국내법이 업무 자체를 제한하는 직종은, 비자 이전에 국내에서 인정되는 승인·등록·면허 단계가 먼저 정해집니다.

E-5는 면허를 인정해 주는 비자가 아닙니다

E-5의 대상은 외국의 국가공인자격증을 가진 사람 가운데,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법률·회계·의료 등의 전문업무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문장에서 비중이 큰 부분은 앞쪽의 외국 자격증이 아니라 뒤쪽의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입니다.

체류자격은 한국에서 머물며 활동할 수 있는 지위를 정하는 제도이고, 그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적 자격은 해당 직종의 개별 법률이 따로 정합니다. 그래서 출입국 단계에서 외국 면허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국내에서 그 업무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막혀 있다면 비자만으로 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직종마다 “국내법상 자격”이 의미하는 바가 다릅니다

E-5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에 있지만 직종별로 국내에서 요구하는 절차는 서로 다릅니다. 아래 표는 이 글의 질문, 즉 외국 면허가 국내에서 어디까지 통용되는지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직종외국 면허의 국내 효력국내에서 추가로 필요한 단계
외국 변호사그대로는 국내 법률사무에 쓸 수 없습니다.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법무부)과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외국 의사그대로는 국내 의료행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보건복지부령이 정한 범위 안의 의료행위 승인 등 의료법상 절차
항공기 조종사 등직종별 국내 제도와 정부 기관 추천 절차가 별도로 있습니다.직종별 글에서 다루는 고용추천 및 자격 요건

세 번째 줄처럼 같은 E-5라도 어느 기관이 어떤 단계를 요구하는지가 직종마다 달라서, 표의 구조를 다른 직종에 그대로 대입하면 안 됩니다. 이 글에서는 외국 면허의 효력이 가장 크게 문제되는 변호사와 의사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외국 변호사는 외국법자문사 승인과 등록이 먼저입니다

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른 자격승인을 법무부로부터 받고, 이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해야 합니다. 승인과 등록이 모두 갖추어진 사람이 외국법자문사입니다.

승인 요건에는 신청인이 개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과 출신 국가에 달린 것이 섞여 있습니다.

  • 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원자격국에서 3년 이상 법률사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조사 업무는 일정 기간 한도 안에서만 경력으로 인정됩니다.
  • 원자격국의 외국 변호사 자격이 현재 유효해야 합니다.
  • 원자격국이 자유무역협정 등의 당사국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지정한 국가여야 합니다.
  •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고, 국내에 서류를 송달받을 장소가 있어야 합니다.

경력이 충분해도 원자격국이 지정 대상이 아니라면 승인 단계에서 막힐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변호사 개인의 경력과 무관하게, 자격을 딴 나라가 어디인지가 결과를 가르는 요소가 됩니다.

승인을 받아도 국내법 업무까지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법자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원자격국의 법령에 관한 자문, 원자격국이 당사국인 조약과 국제관습법에 관한 자문, 그리고 일정한 범위의 국제중재사건 대리 등으로 한정됩니다. 대한민국 법률에 관한 자문이나 국내 법원에서의 소송 대리는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경계는 E-5 업무 내용과 직결됩니다.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했더라도 실제 근무에서 한국법 자문이나 소송 업무를 맡는다면 허용된 전문업무의 바깥으로 나가게 되고, 등록 없이 국내 법률사무를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 문제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국 변호사 자격이 있어도 외국법자문사 등록 없이 국내에서 변호사로 소개되거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외국 의사는 면허가 있어도 승인 범위 안에서만 진료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의료인도 면허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합니다. 이때 ‘의료인’은 국내 면허를 가진 사람을 뜻하므로, 외국 의사면허만 가진 사람은 원칙적으로 국내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사람이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 경우 보건복지부령이 정한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다만 이 예외는 업무 유형이 정해져 있어, 2024년 보건복지부 발표 당시 승인 대상은 국제 교육·기술협력에 따른 교환교수 업무, 교육연구사업을 위한 업무, 국제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 업무로 안내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병원 취업 진료를 포괄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단순 대조가 어려워지는 지점

외국 면허와 E-5를 연결할 때 가장 흔히 놓치는 부분은 승인의 단위입니다. 외국법자문사 승인은 사람과 원자격국을 기준으로 하지만, 외국 의사의 의료행위 승인은 사람이 아니라 ‘어떤 업무로 체류하는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같은 외국 면허 소지자라도 연수·교류 목적의 체류와 병원에 고용되어 상시 진료하는 근무는 법적으로 다른 범주가 됩니다.

또 하나는 업무 내용과 신청 직종의 일치입니다. 국내에서 인정되는 자격이 갖추어졌더라도, 실제로 맡을 업무가 그 자격으로 할 수 있는 전문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E-5가 아니라 다른 체류자격에서 다루어질 문제입니다. 신청 전에 내 외국 면허가 어느 단계까지 국내에서 효력을 얻었는지, 그리고 계약서의 업무가 그 단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지를 나누어 보면 자신의 위치가 분명해집니다.